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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학교란 무엇인가

31년째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정규 교육과정 12년과 대학교 과정 4년을 포함해 31년째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매일 자동으로 학교로 향하는 일상에서 학교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학생으로서 학교, 교사로서 학교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돌아봅니다.

학생으로서 학교를 돌아보면 배움보다는 친구와의 관계가 먼저 떠오릅니다. 새 학년, 새 학기의 설렘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학교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기억입니다. 배움의 과정은 방과 후 친구들과 조별과제를 하며 서로 발표과제를 두고 이야기하며 놀며 공부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교실에서의 배움은 그 과정이 자세히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교사로서 학교는 배움과 업무의 공존입니다. 교사는 가르치기만 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행정업무를 쳐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배움을 계획한 날도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공문에 흔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업무경감 차원에서 많은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체감은 경우마다 다릅니다. 업무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업무의 양이 골고루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교사에게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다간 배움보다 행정에 치우치는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업무경감과 더불어 학교의 분위기가 업무량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가 되어 바라본 학교는 배움보다는 행정을 먼저 이야기하는 직장인의 직장이 되었습니다.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를 만드는 학교가 되면 좋겠습니다.

많은 행정업무에 치여도 준비한 활동들을 학생들과 몰입하며 함께하는 순간들로 치유받는 곳이 학교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저와 함께 하는 아이들은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독서와 글쓰기를 강조합니다.
즐거운 독서의 틀을 만들기 위해 책놀이를 함께 합니다. 책놀이란 말그대로 책을 읽고 놀이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독후활동이 아니라 체험형 활동을 기반으로 합니다.

매일 책을 읽어준 아이들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매일 책 읽는 교실의 아이들은 낱말의 이해, 내용 확인, 추론 및 감상, 독서 흥미도 검사 등 전 영역에서 골고루 점수가 높았다. 특히 이야기 주제를 파악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감상 능력은 탁월한 발전을 보였다.
학교란 무엇인가(115) by EBS<학교란 무엇인가> 제작팀


일주일에 한 번 교사가 책을 읽어주고 질문을 주고 받습니다.
아이들의 몰입도가 높았던 <크릭터>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책의 표지도 중요한 생각거리입니다. 표지와 내용을 함께 살펴보며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제목이 왜 크릭터 일까요?"
"(크릭터가 들어있는)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상자는 왜 원모양일까요?"
"할머니의 직업은 무엇일까요?"
"할머니는 도둑으로부터 어떻게 무사했을까요?"
"할머니와 크릭터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이야기의 흐름과 그림책을 그림에 맞추어 아이들은 다양한 대답을 합니다. 상황에 맞게 유추하며 추론합니다. 크릭터는 초록색 보아뱀입니다. 뱀이 나오는 그림책을 읽고 크릭터를 만들어 봅니다. 다양한 색깔의 모루로 원하는 크릭터의 모양을 만듭니다. 반지, 뱀 모양, 여러 개의 모루를 연결해 만든 긴 뱀 등 아이들만의 모양이 나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책은 읽은 다음 날입니다. 조용하게 책을 바라보던 아이가 머리카락을 모루와 함께 땋아왔습니다. 크릭터를 헤어 액세서리로 활용한 것입니다. 집에 가서도 엄마에게 크릭터 이야기를 하며 아침이 되어서도 책놀이를 함께 한 것입니다. 책이 삶 속으로 스며든 순간입니다.

인풋이 많은 세상입니다. 독서를 강조하고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도서관의 책만이 아니라, 다양한 교재 속에서도 글을 읽는 인풋은 많습니다. 이제는 아웃풋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때입니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아침활동으로 매일 하는 이유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해 글쓰기를 진행합니다. 매일 아침 하나의 주제를 제시합니다. <수돗물에서 초콜릿 우유가 나온다면>, <내가 울고 싶을 만큼 아팠던 경험>, <선생님께 듣고 싶은 말>등 상상을 자극하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다양한 주제를 제시합니다. 한 줄만 쓰는 아이, 단답형으로 단어만 제시하는 아이, 줄줄줄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표현하는 아이. 아이들의 글쓰기는 다양합니다. 글쓰기의 틀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떠올리고 정리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고 있습니다. 짧은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의 두려움을 없애 형식적인 글쓰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학교는 함께 성장하는 곳입니다.

학교는 학습과 생활을 함께 교육하는 곳입니다. 독서와 글쓰기로 학습의 틀을 마련합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문해력. 글을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 이게 무슨 말이에요?" 아이들의 대표적인 질문입니다. 표면적인 글은 읽을 수 있지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책 읽기와 글쓰기로 글을 접하고 표현할수록 문장의 진짜 뜻을 이해하는 문해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학교는 배움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학교는 작은 사회로 늘 갈등과 해결이 반복됩니다. 갈등의 해결은, 문제를 해결하고 문제는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는 건강한 사회의식을 길러줍니다. 책 읽기로 이해, 추론 능력이 커가는 아이들은 실생활의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자신의 행동과 상황을 말로 설명하고 대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인 아이들에게는 큰 문제지만,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상황을 살펴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문제가 됩니다.
독서와 글쓰기로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들은 학습의 틀을 마련하고,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감정과 이성이 공존하는 아이로 자랍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사도 함께 자랍니다. 학교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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